← 아직 이름을 짓지 못했어
목차

아직 이름을 짓지 못했어 · 26 / 30

이곳의 일이 끝나면

이곳의 일이 끝나면 · 삽화

반은 맑고, 반은 온전히 잠겨반은 진지하고, 반은 즐거움을 탐해

나는 이곳의 그 누구도 아니며이곳의 귀신과 신선을 따르지 않는다

나는 산속의 손님다만 인간 세상의 한가함을 맡는다

그저 그럴 뿐, 인생은 절반을 지나고한 틀에 매이지 않으니, 천지가 한창 넓다

이곳의 일이 끝나면이슬처럼 번개처럼쫓지도 서두르지도 않고빚지지도 원망하지도 않으리

결과를 위해서도 명분을 위해서도 아닌오직 진심으로, 한 번 살아 보기 위해

무수한 우주, 무수한 버전무수한 행성, 무수한 렌더링

하나는 법칙하나는 은총하나는 배움하나는 속세의 인연

어떤 나는 지금 내려오고어떤 나는 이미 멀리 떠났다길 위의 이에게 캐묻지 않아도 되고보지 못한 이와 만나지 않아도 된다

이 생은 그저 한 토막 빌려 온 것빌려서 산을 보고빌려서 하늘을 보고빌려서 인심의 깊고 얕음을 보고빌려서 만상의 변화를 본다

얻은 것이 있어도 몇 마디 말잃은 것이 있어도 한 생각일 뿐

이곳의 일이 끝나면산하는 말이 없고이 마음 희미하게 밝아긴 잠으로 가기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