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에 관한 십만 가지 질문 51 / 51
유의는 용녀의 편지를 전했지만 용궁의 혼사는 거절했다

유의는 낯선 여자를 위해 편지를 전하러 용궁에 갔다가, 자신이 가져온 소식이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킬지 그제야 알았다. 용녀는 구출되었고 궁에서는 잔치가 열렸으며 그의 곁에는 보물이 쌓였다. 혼담이 나오자 그는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혼담을 꺼낸 이는 용녀의 숙부 전당군이었다. 조카를 구하고 조카의 남편을 삼켜 버린 그는 은혜를 갚겠다며 내놓은 혼사를, 거절하면 함께 죽자는 일로 몰아갔다.
1. 과거에 낙방한 선비가 양을 치는 용녀를 만나다
이조위의 당 전기 《유의전》은 이야기를 의봉 연간에 두었다. 과거에 떨어진 유의는 상수 일대의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다. 떠나기 전 경양에서 동향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가던 길에 말이 놀라 길을 벗어났다.
길가에는 양을 치는 여자가 있었다. 용모는 빼어났지만 소매는 빛이 바래 낡았고 눈썹에는 수심이 서려 있었다. 유의가 묻자 여자는 자신이 동정용군의 막내딸이며 경천용군의 둘째 아들에게 시집갔다고 울며 말했다.
남편은 향락을 탐하고 하인들의 말을 믿어 점점 아내를 멀리했다. 그녀가 시부모에게 하소연하자 두 사람은 아들을 감싸며 너무 자주 고한다고 나무랐고, 끝내 들판으로 내쫓아 양을 치게 했다.
동정은 너무 멀어 소식이 집에 닿지 않았다. 남쪽으로 돌아갈 이 선비가 그녀가 부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여자는 편지를 꺼내 부모에게 전해 주고 자신의 고충도 대신 말해 달라고 유의에게 청했다.
유의는 피가 끓어 당장 달려가고 싶었다. 부탁을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인간 세상을 다니는 자신이 깊은 물속 용궁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했다.
여자는 동정호 가에 사귤나무 한 그루가 있으니 거기 도착하면 지금 찬 허리띠를 풀고 다른 것으로 옷을 묶은 뒤 나무를 세 번 두드리라고 했다. 그러면 맞이하러 나올 사람이 있다고 했다. 유의는 편지를 주머니에 넣고 양 떼가 무슨 용도인지도 물었다.
그것은 평범한 양이 아니라 우레와 벼락 따위의 일을 맡은 ‘우공’이었다. 털과 뿔은 양과 비슷했지만, 돌아보고 걷고 먹고 마시는 모습은 어딘가 기이했다.
헤어지기 전, 유의는 자신이 대신 편지를 전해 주기로 했으니 훗날 동정에 오면 피하지 말고 만나 달라고 했다. 여인은 피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반드시 친족처럼 대하겠다고 답했다. 유의가 조금 가다 뒤돌아보니 여인과 양은 이미 사라졌다.
유의가 편지를 전하겠다고 약속할 때 용궁의 보물과 혼담은 아직 눈앞에 없었다. 그가 먼저 받아들인 것은 길가에서 모욕당한 이의 도움 요청이었다.
2. 편지 한 통이 전당군을 움직이다
한 달 남짓 뒤 유의는 고향으로 돌아와 약속대로 동정으로 갔다. 사귤나무를 찾아 허리띠를 바꾸어 두르고 나무를 두드리자 물속에서 무사 한 사람이 나타나 그를 안내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용궁에 도착해 있었다.
영허전에는 흰 옥이 기둥이 되고 푸른 옥이 계단에 깔렸으며 산호가 침상이고 수정이 발이었다. 유의가 전각 곁에서 기다리는 동안 동정군은 태양도사와 《화경》을 논하고 있어 딸의 소식이 전해진 줄 몰랐다.
마침내 동정군이 나왔다. 자색 옷을 입고 푸른 옥을 들고 있었다. 유의가 예를 올리자 용군도 답례하며 먼 길을 온 까닭을 물었다. 유의는 길에서 만난 일을 설명하고 편지를 꺼내 올렸다.
아버지는 편지를 읽고 얼굴을 가린 채 통곡했다. 먼 곳에서 딸이 고통받는 줄도 몰랐던 자신의 눈과 귀를 탓했다. 소식이 내궁에 전해지자 곡성이 터졌고, 그는 동생 전당군이 알까 두려워 서둘러 울음을 그치게 했다.
전당군은 용맹하고 성미가 격해, 전에 분노로 큰 재앙을 일으킨 적이 있어 지금도 동정에 구금되어 있었다. 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궁전이 흔들렸다. 구름과 안개가 솟고 천여 척의 붉은 용이 금사슬을 흔들고 옥기둥을 뒤흔들며 천둥과 우박 속으로 치솟았다.
유의는 놀라 쓰러졌다. 동정군이 직접 그를 일으켜 해치지 않을 것이라 달랬다. 그래도 유의는 이런 광경을 다시 보지 않도록 서둘러 떠나고 싶었지만 용군은 그를 붙잡았다.
3. 전당군은 조카를 데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름 기운이 가라앉고 의장과 악대에 둘러싸여 용녀가 돌아왔다. 유의가 다시 본 용녀는 길에서 양을 치던 때와 달리 온몸에 장신구를 걸쳤다. 기뻐하는 듯 슬퍼하는 듯했고 눈물은 여전히 흘렀다.
전당군도 사람 모습으로 변해 편지를 전한 은혜에 감사했다. 진시에 떠나 사시에 경양에 도착했고 오시에 싸움을 시작해 미시에는 이미 돌아왔다고 했다. 오는 길에는 천제에게 조카의 억울함도 아뢰었다.
동정군이 생령을 얼마나 죽였느냐고 묻자 그는 육십만이라고 답했다. 곡식을 상하게 했느냐고 묻자 팔백 리라고 답했다. 그 무정한 남편은 어디 있느냐고 묻자 “먹어 버렸습니다”라고 했다.
동정군조차 동생의 처사가 너무 성급했다고 꾸짖었다. 딸이 당한 모욕은 가엾게 여기면서도 전당군에게 앞으로는 다시 그런 일을 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용궁에서는 며칠 동안 유의를 위한 잔치가 이어졌다. 먼저 《전당파진악》이 연주되었다. 깃발과 창검, 호가와 전고가 어우러져 손님들은 머리카락이 곤두설 만큼 압도되었다. 이어 《귀주환궁악》이 맑고 부드럽게 울려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용군 형제는 술을 권하며 감사했고 궁중 사람들도 비단과 구슬을 잇달아 선물했다. 보물은 금세 유의 곁에 산처럼 쌓였다.
4. 감사의 혼담이 협박으로 바뀌자 그는 거절했다
다른 연회에서 전당군은 술기운을 빌려 용녀를 유의에게 시집보내자고 했다. 말은 이랬다. 받아들이면 모두 구름 위로 오르고, 거절하면 함께 똥흙이 되자는 것이었다.
유의는 엄숙하게 일어섰다. 위험을 무릅쓰고 구하러 간 전당군을 존경했지만 친지들이 함께 잔치하는 자리에서 상대는 도리를 버리고 위세로 사람을 몰아붙였다.
전당군이 거센 물결 속에서 용의 모습으로 위협했다면 짐승이라 여기고 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의관을 갖추고 예의를 말하며 인간 세상의 도리를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힘으로 일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유의는 자신의 몸으로 용 비늘 한 조각도 막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굽히지 않는 마음으로 전당군의 부당한 위세에 맞섰다. 그 말을 들은 전당군은 물러나 사과하며 경솔한 말로 손님을 모욕했다고 인정했다.
용녀의 억울함을 풀어 주려 했지만 전당군이 자기 혼사를 정하게 두지는 않았다. 전당군이 잘못을 인정한 뒤 두 사람은 다시 예전처럼 술을 마셨고 마음을 나누는 벗이 되었다.
헤어질 때 동정군의 부인이 다시 잔치를 열어 용녀가 직접 감사하게 했다. 혼담을 거절했던 유의는 그녀가 아쉬워하며 탄식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보물을 가지고 떠났고 궁중 사람들은 모두 슬픈 기색으로 배웅했다.
5. 거절한 혼사는 인간 세상에서 다시 이어졌다
유의는 광릉에서 보물 일부만 팔고도 매우 부유해졌다. 먼저 장씨와 혼인했으나 장씨가 세상을 떠났다. 다시 한씨와 혼인했지만 몇 달 뒤 한씨도 죽었다. 금릉으로 옮긴 뒤에야 다시 중매를 부탁했다.
중매쟁이는 범양의 젊은 과부 노씨를 소개했다. 집안과 인품이 모두 좋았다. 예를 갖춰 혼인하고 한 달 남짓 지나자 유의는 아내가 용녀와 무척 닮았다고 느꼈다. 그는 옛일을 들려주었지만 아내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두 사람의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그녀는 성대한 옷차림을 하고 자신이 바로 동정용녀라고 밝혔다. 용궁에서 헤어진 뒤 그녀는 다시 시집가려 하지 않았고, 부모는 마침내 그 뜻을 받아들였다. 유의가 두 차례 아내를 잃고 금릉에 살게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 혼사를 이루었다.
그녀가 유의에게 물었다. “그때 훗날 동정에 와도 피하지 말라고 한 건, 처음부터 내게 마음이 있어서였나요? 전당 숙부가 혼담을 꺼냈을 때 정말 원치 않았던 건가요, 아니면 잠시 화가 났던 건가요?”
유의는 그때 마음을 모두 털어놓았다. 경수 가에서 편지를 전하겠다고 한 것은 그녀의 억울함을 풀어 주려는 것뿐이었고 다른 뜻은 없었다. 그 농담도 미리 청혼하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용궁에서 혼사를 거절한 것은 의로운 일을 한 끝에 남편을 죽이고 그 아내를 맞았다는 의심을 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며, 강요에 굴복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헤어질 때 그녀가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후회하며 놓기 어려워했다.
이제 그녀는 노씨 신분으로 인간 세상의 예법에 따라 유의와 부부가 되었다. 그제야 유의는 이제부터는 마음에 거리낌 없이 정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6. 호수에서 다시 만난 그는 여전히 옛 모습이었다
용녀는 용은 만 년을 살 수 있고 그 수명을 나누고 싶으며 물과 땅을 오갈 수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동정으로 돌아가 용군을 만난 뒤 남해에서 살았다. 거의 사십 년이 지났어도 유의의 얼굴은 늙지 않았다.
개원 연간에 현종이 신선을 찾자 유의는 소란을 견디지 못해 아내와 함께 동정으로 돌아갔다. 십여 년이 지나자 바깥사람들은 그들의 행적을 더는 알지 못했다.
개원 말 유의의 사촌 동생 설고가 동남쪽으로 좌천되어 배를 타고 동정을 지나갔다. 호수 위에 푸른 산이 나타나고 화려한 배가 맞으러 왔다. 산에 올라가 보니 유의가 궁전들 사이에 서 있었고 모습은 전보다 더 젊어 보였다.
유의는 나이 어린 사촌의 손을 잡으며 헤어진 지 한순간 같은데 네 머리칼이 벌써 누렇게 바랬다고 했다. 설고는 형은 신선이 되고 자신은 곧 해골이 되겠다며 웃고 탄식했다. 유의는 환약 쉰 알을 주며 한 알마다 수명이 일 년 늘어나고, 수명이 다하면 다시 오라고 했다.
그렇게 헤어진 뒤 유의 소식은 다시 끊겼다. 수십 년이 더 지나자 설고의 행방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유의는 헤어질 때 이미 아쉬움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전당군이 내놓은 혼담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용녀가 혼인한 뒤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나서야 두 사람은 그때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한 차례 구해 준 은혜를 숙부가 두 사람의 혼사를 정하는 데 이용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