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에 관한 십만 가지 질문 47 / 51
허쉰은 교룡을 쫓았다: 요괴는 평범한 집에 숨어들었다

가씨 집안의 사위는 이번 외출에서 보석을 가져오지 못했고, 왼쪽 다리까지 다쳐 돌아왔다. 밖에서 도적을 만나 재물을 모두 잃었다고 했다. 집안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허씨 성을 가진 도사가 찾아와 그를 지목해 만나겠다고 했다.
사위는 나오지 않고 병이 났다고 핑계를 댔다. 그 다리의 상처야말로 도사가 그를 쫓아 여기까지 온 단서였다.
1. 단정한 소년, 먼저 정체를 드러내다
도사는 허쉰(許遜), 자는 경지(敬之)였다. 촉 땅 징양현의 현령을 지낸 뒤 후대에는 허징양, 허진군이라고도 불렸다. 《태평광기》 권14의 〈허진군〉은 《십이진군전》을 인용해, 강가에서 집 안까지 이어진 이 교룡 퇴치 이야기를 기록했다.
허쉰은 예장에서 한 소년을 만났다. 옷차림이 단정한 소년은 신랑(慎郎)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둘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헤어졌다. 허쉰은 돌아서서 문인들에게 방금 그자는 사람이 아니라 교신(蛟蜃)의 정령이라고 말했다.
허쉰이 걱정한 것은 장시에서 거듭된 홍수 피해였다. 그는 문인들에게 이 교신의 정령을 반드시 없애고, 도망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랑도 자신의 정체가 들켰음을 알고 있었다. 추적을 피하려고 용사주 북쪽에 숨어 누런 소로 변했다.
허쉰은 제자 시대왕을 불러 특별한 식별법을 알려 주었다. 자신은 검은 소로 변하고 팔에 수건을 걸칠 것이다. 두 소가 서로 쫓으며 싸우기 시작하면 제자는 칼로 누런 소를 베면 된다.
2. 왼쪽 다리에 맞은 칼 한 번이 집 앞까지 이어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소가 누런 소를 쫓아 달려왔다. 시대왕이 칼을 휘둘러 누런 소의 왼쪽 다리를 맞혔다. 소는 성 서쪽 우물로 뛰어들었고 검은 소도 곧장 뒤따라 우물에 들어갔다.
그 상처로 교룡의 정령을 그 자리에서 처치하지는 못했다. 교룡은 우물에서 빠져나와 담주로 달아난 뒤 다시 사람 모습으로 돌아왔다.
《허진군선전》에는 다른 판본도 있다. 허쉰이 종이를 오려 검은 소로 변신했고, 칼을 든 제자는 시잠이었다고 한다. 《태평광기》의 이 이야기는 허쉰이 직접 변신해 쫓아간 것으로 적었다.
신랑은 담주에서 갈 곳이 없던 처지가 아니었다. 이미 아내와 살림집이 있었고, 장인은 현지 자사 가옥이었다. 허쉰이 쫓던 강호의 요괴는 성에 들어서자 가씨 집안의 귀한 사위가 되어 있었다.
가옥에게는 용모가 빼어난 딸이 있어 좋은 사위를 찾고 있었다. 교룡의 정령은 준수하고 총명한 소년으로 변했고 재물도 많았다. 가옥 주변 사람들에게 보물을 건네 환심을 산 끝에 혼인을 맺었다.
혼인한 뒤 부부는 관아 후원에 살았다. 봄과 여름마다 신랑은 강호를 유람하겠다고 나섰고, 돌아올 때마다 많은 보물과 재물을 가져왔다. 가씨 집안의 친척과 하인들까지 그 덕에 부자가 되었다.
이번에 돌아온 그는 혼자였고 빈손이었으며 왼쪽 다리에는 칼에 베인 상처가 있었다. 그는 모든 일을 도적 탓으로 돌렸다. 가씨 집안사람들은 사위가 밖에서 변을 당했다는 것만 알았을 뿐 상처가 어디서 났는지는 몰랐다.
3. 호통 한마디에 귀한 사위의 본모습이 나타나다
가씨 집안사람들이 한탄하던 때 허쉰이 도착했다. 손님을 맞는 이가 허씨 성에 경지라는 자를 쓰는 도류가 찾아왔다고 알리자, 가옥은 곧 나와 맞이했다.
허쉰은 돌려 말하지 않고, 귀한 사위가 있다기에 만나 보고 싶다고 했다. 가옥이 신랑을 부르자 신랑은 겁을 먹고 병이 났다며 만나기를 피했다.
예장에서는 태연히 작별할 수 있었지만 자기 집에 와서는 손님조차 만나지 못했다. 허쉰은 큰소리로 정체를 폭로했다. “이자는 강호에서 해악을 끼치는 교신의 늙은 요괴다. 어찌 모습을 숨기려 드느냐!”
소년은 곧 교신으로 되돌아가 대청 아래에서 몸을 틀었고, 관리와 병사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가씨 집안사람들은 마침내 자기 집 대청에서 사위의 본모습을 보았다.
허쉰은 이어 두 아이를 데려오게 해 물을 뿜었다. 신랑의 두 아들도 작은 신(蜃)으로 변했다.
가씨의 딸도 거의 변할 뻔했다. 부모가 허쉰에게 애원하자 그는 신부를 주어 치료했고, 딸은 목숨을 건졌다.
4. 사람들을 옮긴 뒤 집은 가라앉았다
허쉰은 집터를 더 파게 했다. 한 장 남짓 파고 난 뒤 가옥에게 집안의 혈육이 거의 모두 물고기나 자라로 변할 지경이니 당장 떠나야 하며 한순간도 늦출 수 없다고 재촉했다. 가옥은 허둥지둥 가족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잠시 뒤 관사는 무너져 가라앉았고 흰 물결이 치솟았다. 《허진군선전》은 집이 꺼져 생긴 깊은 못을 장사 소담이라고 했다. 가씨 집안이 그곳에 남았다면 옛집과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았을 것이다.
신랑이 가져온 보물은 이미 가씨 집안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었지만, 재앙은 옛집이 가라앉고서야 온전히 드러났다. 가옥이 딸을 위해 고른 부유한 사위 때문에 가족은 자기 집에서 도망쳐야만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